대한민국 K리그는 연고지 중심의 구단 운영을 통해 지역 축구 팬과의 결속을 강화하고 있으며, 그 결과 각 지역의 특색을 담은 팀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 중 중부권은 K리그의 중심축이자 경쟁의 핵심지로, 전북 현대 모터스, 대전 하나 시티즌, 강원 FC 세 구단이 대표적입니다.
전북 현대 모터스: 황금기를 지나 리빌딩의 길목에 선 명문 구단
전북 현대 모터스는 전주시를 연고로 하는 K리그의 대표적인 명문 구단으로, 1994년 '완산구단'으로 출범한 뒤 1995년 현대자동차에 인수되며 본격적인 프로축구 역사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후 2005년 FA컵 첫 우승, 2006년 K리그 팀 최초로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아시아 무대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았습니다. 2009년 첫 K리그 우승을 시작으로, 2010년대에는 명실상부한 ‘왕조’를 구축했습니다. 특히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연속 K리그 우승, 통산 9회의 리그 우승, 2회의 ACL 우승 기록은 전북을 국내 최강팀으로 자리매김하게 했습니다. 전북의 성공에는 현대차그룹의 안정적인 재정 지원과 함께, 최강희 전 감독 체제에서 이어진 전술적 일관성, 유소년 시스템의 강화, 해외 선수 스카우팅 능력 등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또한 홈구장인 전주월드컵경기장은 전북 팬들의 열정과 함께 'K리그의 성지'로 불릴 정도로 경기력과 응원의 시너지가 높은 곳으로 평가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2022년부터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김상식 감독 체제의 한계와 리더십 불안, 세대교체 지연, 전력 누수 등이 겹치며 2023년에는 리그 4위라는 기대 이하의 성적에 그쳤고,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도 좌절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전북은 2025년 시즌을 앞두고 감독 교체와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리빌딩’을 선언했습니다. 젊은 자원 발굴과 외국인 선수 전략 재정비, 클럽 철학 재정립 등을 통해 전북은 다시 한 번 왕좌 탈환을 목표로 변화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북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새 시대를 열어갈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대전 하나 시티즌: 재창단 이후 비상하는 시민구단의 희망
대전하나시티즌은 1997년 ‘대전시티즌’이라는 이름으로 창단된 대한민국 최초의 시민구단입니다. 창단 당시에는 지역 밀착형 운영과 시민 참여를 중심에 둔 새로운 프로축구 모델로 주목받았으며, 초창기에는 안정적인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재정난, 운영 미숙, 전력 구성의 한계 등으로 인해 하위권에 머무르는 시즌이 반복되었고, 결국 2015년을 끝으로 K리그2로 강등된 후 오랜 기간 2부 리그에 머무르게 됩니다. 변화의 전환점은 2019년 말, 하나금융그룹이 대전 구단을 인수하며 ‘대전하나시티즌’으로 재창단한 순간이었습니다. 구단은 시민구단의 철학은 유지하되, 하나금융그룹의 체계적인 경영 시스템과 투자를 기반으로 구단 체질 개선에 나섰습니다. 특히 프런트 정비, 유소년 육성 시스템 재정비, 전문 코칭스태프 영입, 해외 네트워크 구축 등을 통해 빠르게 경쟁력을 회복해 나갔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곧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2022년, 대전은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한 뒤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김천 상무를 제압하고 8년 만에 K리그1 복귀에 성공합니다. 2023시즌 K리그1에서도 빠른 템포와 조직력 있는 전술을 앞세워 돌풍을 일으켰고, 승격팀임에도 불구하고 강등권과는 거리가 먼 중상위권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하며 리그에 성공적으로 안착했습니다. 2025년에도 대전은 전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유망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재정비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지역사회와의 유대, 팬 소통 확대, 지역 청소년 축구 연계 프로그램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지역밀착형 구단’의 본질을 지키고 있으며, 하나금융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K리그의 모범적인 성장형 구단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대전하나시티즌은 단순히 과거 시민구단의 상징이 아니라, 이제는 K리그1에서 중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경쟁력을 이어가는 강팀으로 도약하고 있으며, 중부권 축구의 핵심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강원 FC: 험난한 여정 속 끈질긴 생존 본능, 변방에서 중심으로
강원 FC는 2008년 창단된 강원도 연고 시민구단으로, 강원도민의 오랜 숙원이자 지역 축구의 자존심으로 출범했습니다. 초창기에는 열정적인 운영에도 불구하고 하위권 성적에 머무르는 일이 많았고, 2013년에는 K리그2로 강등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이후 2016년 1부 복귀에 성공했지만, 승강을 오가는 불안정한 흐름 속에서 2021년, 2023년에는 승강 플레이오프를 통해 간신히 잔류하는 등 위기의 시즌을 반복했습니다. 그러나 2024년, 강원은 놀라운 반전을 만들어냈습니다. 시즌 초반부터 안정적인 수비라인과 날카로운 역습 전술을 기반으로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했고, 여름 이적 시장에서의 보강 이후 더욱 탄탄한 전력을 과시하며 선두권 경쟁에 가세했습니다. 최종 성적은 19승 7무 12패, 승점 64점으로 K리그1 2위. 구단 역사상 최고 성적을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강팀 반열에 올랐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단순한 전술적 변화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프런트의 체계적인 투자와 중장기 육성 계획, 스카우팅 시스템 정비, 유소년-1군 연계 강화 등이 동시에 작동한 결과입니다. 특히 홈경기장이 분산된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꾸준한 팬층 확대와 지역 사회 연계를 이어가며 구단 정체성을 강화한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2024년 시즌은 강원이 ‘잔류의 상징’에서 ‘도전하는 강팀’으로 완전히 탈바꿈했음을 보여준 해였습니다. 특히 대형 구단들과의 맞대결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선보이며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시즌 막판까지 우승 경쟁을 벌였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가능성을 더욱 높였습니다. 2025년 현재 강원 FC는 ACL(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확보한 상태로, 구단 역사상 최초의 아시아 무대 도전을 준비 중입니다. 오랜 시간 변방의 팀으로 분류되던 강원이 이제는 K리그 중심권으로 떠오르며, 한국 축구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단순한 반짝 성적이 아닌, 구조적 변화와 철학 위에 세워진 성장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욱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