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하나시티즌은 한국 프로축구에서 드라마 같은 반전과 구조적 변화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클럽 중 하나다. 기업구단으로 출발해 재정 위기로 시민구단으로 재출범 한 후 오랜 기간 침체기를 겪었고, 이후 하나금융그룹의 인수로 구조 전환을 거쳐 2020년대 들어서는 K리그의 다크호스를 넘어 2025년 현재 단독 선두를 달리는 강팀으로 변모했다. 이번 'K리그 팀 역사 시리즈' 3탄에서는 대전의 창단 배경부터 침체기, 기업구단화, 그리고 주민규를 중심으로 한 현재의 우승 도전까지 팀의 전체 여정을 조망한다.
대전시티즌의 탄생과 초창기(1997~2010)
대전하나시티즌의 뿌리는 1997년 창단된 ‘대전시티즌’이다. 대전과 충청 지역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이루어 출범한 기업구단이었다. 이듬해 외환위기로 컨소시업에 참가한 4개 기업 중 3개 기업이 파산하면서 많은 재정적 어려움 속에 구단이 운영되었다. 창단 직후에는 비인기 팀으로 시작했지만, 2001년 FA컵 우승이라는 대업을 달성하며 전국적 주목을 받게 된다. 당시 ‘대전 트리오’로 불렸던 이관우, 김은중, 최은성의 활약은 전국 축구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몇 년간은 중위권 전력을 유지했지만, 재정 구조의 취약성, 유망 선수들의 이탈, 구단 운영의 전문성 부족 등 구조적 문제로 인해 팀은 점차 하위권으로 밀려나기 시작했고, 2005년 11월부터 시민주 공모를 통한 준비작업을 거쳐 2006년 시민구단을 재출범하게 된다.
침체기와 기업구단 전환과 대격변(2011~2020)
2010년대에 들어서며 대전은 리그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낸다. 성적은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2013년부터는 K리그2(당시 챌린지)로 강등돼 장기간 2부 리그 생활을 이어갔다. 시민구단의 한계가 점점 분명해졌고, 시 예산에 의존한 운영은 팬들에게도 피로감을 안겼다. 선수 육성과 운영 전략 모두에서 구조적 개혁이 필요한 시점에서 2019년, 하나금융그룹이 대전시티즌의 경영권을 인수하게 된다. 이로써 시민구단 대전시티즌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2020년부터는 공식적으로 ‘대전하나시티즌’이라는 이름으로 리그에 출전한다. 기업구단화 이후 하나금융그룹은 대대적인 투자와 혁신을 단행했다. 유소년 시스템 정비, 전력 보강,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강화, 프런트 조직 개편, 팬 기반 마케팅 확대 등이 본격 추진됐고, 이는 팀 운영의 수준 자체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민성 감독 부임 후, 대전은 공격적이고 빠른 템포의 전술로 변화를 시도했고, 조직력과 체력에 기반한 현대 축구로 K리그2 상위권 경쟁을 본격화한다.
승격과 주민규의 합류, K리그1 선두의 대전(~현재)
2021~2022시즌 대전은 매번 승격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결국 2022년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강원FC를 꺾고 8년 만의 1부 리그 복귀에 성공한다. 이후 K리그1에서도 중위권 전력을 유지하며 안착한 대전은 2025시즌 들어 K리그를 대표하는 강팀으로 거듭났다. 2025년 4월 현재 대전은 리그 단독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이는 시즌 초반 리그 전체를 뒤흔든 이변이자, 동시에 구조적으로 강해진 대전의 현실적인 전력을 입증하는 결과다. 이러한 대전의 상승세 중심에는 2025시즌을 앞두고 울산현대에서 이적한 스트라이커 주민규가 있다. 그는 팀 합류 직후부터 완벽하게 녹아들며, 현재 리그 7골로 득점 선두를 질주 중이다. 주민규는 단순한 피니셔가 아니라, 포스트 플레이, 전방 압박, 세트피스 대응까지 가능한 전천후 스트라이커로, 대전의 공격 전술에 깊이를 더하고 있다. 그의 이적은 단순한 전력 보강을 넘어, 팀 컬러 자체를 바꾸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황선홍 감독은 주민규를 중심으로 2선의 김인균, 마사, 신상은 등 빠른 자원들과 연계한 유기적 전술을 구사하고 있고, 팀 전체의 밸런스가 어느 때보다 안정적이다. 또한 수비에서는 임종은, 하창래 등 경험 있는 수비 자원을 중심으로 강한 압박과 공간 차단이 이뤄지고 있다. 대전월드컵경기장의 평균 관중 수는 리그 상위권에 해당하며, 특히 홈경기에서의 경기력은 지난 시즌 대비 확연히 강화됐다. 주민규의 인기도 상승세를 타고 굿즈 판매, SNS 반응, 팬 서비스 등 상업적 지표도 긍정적으로 전환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의 운영 철학은 ‘스포츠와 금융의 융합’을 통한 도시 브랜드 향상에 있다. 단순히 구단 운영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사회 CSR(사회공헌), 유소년 축구 지원, 글로벌 교류까지 확장 중이며, 대전하나시티즌은 그런 비전 아래에서 시민+기업 혼합형 구단의 미래형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결론
대전하나시티즌은 K리그 역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성장과 변화를 겪은 구단이다. 시민구단으로 시작해 오랜 기간 침체를 경험했고, 하나금융그룹이라는 대형 자본의 지원 아래 기업형 프로 조직으로 환골탈태했다. 2025년 현재 주민규의 활약과 함께 리그 단독 선두를 질주하며 더 이상 도전자가 아닌 우승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티아고, 주민규, 김인균, 마사 등 핵심 자원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대전의 축구는 보는 재미까지 갖춘 축구로 팬층을 확장하고 있으며, 이는 곧 K리그 전체의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다음 K리그 팀 역사 시리즈는 또 어떤 이야기를 담게 될까. 대전의 반전처럼, K리그는 끊임없이 새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