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에서 ‘현대가’ 구단은 단순한 축구 클럽을 넘어 한국 프로축구의 역사 그 자체로 불린다. 그 중심에 있는 구단이 바로 울산 HD FC다. 1983년 현대호랑이로 출발해 2024년 ‘울산현대’에서 ‘울산 HD FC’로 구단명을 변경하며 새 시대를 연 이 팀은, 전통과 혁신을 동시에 품고 K리그 최정상에서 끊임없이 도전해온 한국 최고의 명문 구단 중 하나다. FA컵, 리그컵, ACL, K리그1 등 거의 모든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울산은 특히 최근 들어 K리그에서의 압도적인 퍼포먼스와 함께 새로운 리더십으로 전환에 성공했다. 이번 'K리그 팀 역사 시리즈' 4탄에서는 울산 HD FC의 창단부터 최근 2025시즌까지의 모든 흐름을 정리하며, 이들이 어떻게 명문 클럽에서 ‘현대 축구 모델’로 진화했는지 되짚어본다.
현대호랑이의 시작, 울산 시대의 개막과 초창기(1983~1999)
울산 HD FC의 역사는 K리그의 역사와 함께 시작됐다. 1983년, 현대그룹은 프로축구단 창단에 뛰어들며 ‘현대호랑이 축구단’을 출범시킨다. 연고지는 서울이었고, 홈경기는 동대문운동장에서 열렸다. 창단 초기부터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다수 보유했던 현대호랑이는 1986년 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국내 최정상급 전력을 입증했다. 이후 1987년부터는 서울에서 강릉으로 임시 연고지를 옮기고, 1990년대 초반까지 방황을 이어가지만, 1990년대 중반 ‘울산’이라는 도시에 정식 정착하며 팀의 정체성이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1990년 울산으로 연고지를 이전한 이후, 울산시민과 함께하는 구단으로 운영 방향을 바꾸며 지역 밀착형 구단으로 체질 개선에 돌입한다. 1996년 K리그 우승을 거두며 울산 연고 이전 후 첫 메이저 타이틀을 획득했고, 김현석, 윤정환, 최문식, 이상윤 등 당대 최고의 선수들이 활약하며 울산은 리그 대표 강호로 자리매김했다. 이 시기 울산은 투박하지만 강인한 이미지로 ‘호랑이 축구’라는 별칭을 얻었고, 강력한 수비 조직과 효율적인 역습으로 팬들의 지지를 끌어냈다.
2000년대 아시아 정상 도약과 세대교체의 역사(2000~2019)
2000년대 들어 울산은 더욱 강력한 조직력과 세대교체를 통해 또 한 번 비상한다. 2003년 리그컵 우승, 2005년에는 김정남 감독 체제 아래에서 K리그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차지하며 다시 한 번 리그 정상에 섰다. 이 시기 ‘닭공’으로 불린 울산의 공격 축구는 박성화, 김정남, 김호곤 등 지도자들의 색깔이 팀에 잘 녹아든 결과였다. 2006년에는 A3 챔피언스컵 우승, FA컵 결승 진출 등 국내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전천후 강팀’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이후 2012년, 김호곤 감독 지휘 아래 AFC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이라는 아시아 정상의 쾌거를 이뤄낸다. 결승전에서 알 아흘리를 3-0으로 꺾은 울산은 당시 리그에서는 중위권이었지만, ACL에서 10전 전승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성과로 아시아를 놀라게 했다. 이 시기 활약한 이근호, 하피냐, 곽태휘, 김신욱, 그리고 대형 골키퍼 김영광 등은 울산의 유럽형 전술과 함께 팀의 정체성을 명확히 각인시킨 주역들이다. 이후 울산은 김도훈 감독 체제에서도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했고, 2017년 FA컵 우승, 리그 준우승 등을 거두며 다시 한번 우승권 팀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라이벌 전북현대와의 경쟁에서는 아쉽게도 번번이 밀리며 '준우승의 팀'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기도 했다. 이 시기 울산의 가장 큰 과제는 ‘클러치 상황에서의 집중력’과 ‘우승을 마무리하는 힘’이었다. 하지만 울산은 결코 멈추지 않았고, 점진적인 리빌딩과 함께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었다.
울산 HD FC로 리브랜딩(2020~2025)
2020년대 들어 울산은 김도훈 감독을 대신해 홍명보 감독을 선임하며 팀 체질을 전면적으로 개선했다. 전술 완성도, 체력 훈련, 유스 육성 등 전 부문에서 현대적인 시스템이 도입되었고, 이는 2022년 K리그1 우승이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17년 만의 리그 우승은 울산 팬들에게 감격적인 순간이었으며, 2024년까지 리그 3연패를 달성하며 명문 구단의 부활을 천명했다. 바코, 레오나르도, 이청용, 김영권, 조현우, 설영우, 엄원상 등 수준 높은 자원이 가세하며 울산은 전 포지션에서 완성형 팀으로 진화했고, 특히 홍명보 감독 체제는 선수단 내부 경쟁과 책임감을 잘 조율하며 팀 분위기를 정돈했다. 그리고 2024년, 구단은 창단 40주년을 맞아 ‘울산현대’에서 ‘울산 HD FC’로 공식 명칭을 변경한다. 이는 모기업 현대중공업그룹의 핵심 브랜드인 ‘HD 현대’와의 정체성 강화 차원이었으며, ‘현대’라는 명칭을 유지하면서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브랜딩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명칭 변경과 함께 구단의 로고, 컬러, 유니폼도 리디자인되었고, 젊은 팬층과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한 디지털 콘텐츠 전략도 강화됐다. 그러나 2025시즌을 앞두고 전력에 큰 변화가 발생한다. 리그 득점왕이자 핵심 공격수였던 주민규가 대전하나시티즌으로 이적하면서 공격진이 약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실제로 주민규는 2025시즌 초반 대전에서 7골로 득점 선두를 달리며 울산의 이적 손실을 체감하게 만들었고, 울산은 시즌 초반 약간의 주춤세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울산은 베테랑 자원과 유스 출신들을 적절히 혼합하며 반등을 노리고 있다. 엄원상, 서명관, 허율, 이희균 등 기존 자원과 신예들의 조화가 기대되며, 김판곤 감독은 여전히 리그 후반을 바라보며 팀을 조율 중이다. 울산 HD FC는 단순히 우승 트로피의 숫자를 넘어, K리그에서 가장 안정적인 운영 체계와 팬 인프라, 전술적 완성도를 갖춘 팀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리그 전체에 주는 파급력 또한 막대하다.
결론
울산 HD FC는 1983년 현대호랑이로 출발해, 수많은 스타와 명승부를 만들어낸 K리그의 살아 있는 역사다. 시대마다 변화에 맞춰 구단을 리디자인해 왔고, 2020년대 들어서는 우승 본능을 되살리며 K리그 최강 팀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2025년, 주민규 이적이라는 공백과 새로운 팀 컬러 변화 속에서도 울산은 다시 도약을 준비하고 있으며, ‘HD’라는 이름처럼 현대적이며 다이내믹한 축구를 통해 팬들에게 감동을 주는 팀으로 거듭나고 있다. 다음 K리그 팀 역사 시리즈에서는 또 어떤 명문이 조명될까. 한국 축구의 진짜 스토리는 지금도 계속 쓰이고 있다.